이승택-거꾸로, 비미술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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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회·역사


1932년 일제 강점기 함경남도 고원에서 태어나 6.25 한국전쟁 중에 월남한 이승택작가는 한국의 역사적인 순간들, 그 안에 있었다.

이러한 성장과정 속에서 작가는 자연스레 한국의 사회와 정치 그리고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무제> 1994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을 기념하여 열린 전시회에 출품된 <무제>는 이러한 작가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벽에 걸린 회화 작품들 속 불꽃은 동학농민운동의 열정을 상징하며, 바닥에 넓게 깔린 광목천 위 사발통문을 모티브로 한 글귀와 규칙 없이 나열된 요강, 흙, 쇳가루들은 동학농민혁명 중 죽어간 민초들의 고난과 삶을 대변한다.

<지구행위 퍼포먼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작가는 관심사는 역사를 넘어 생태, 환경 종교 문화 등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합성사진이 아닌가 생각되는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5미터가 넘는 지구 모양의 풍선을 제작하여 시민들과 함께 진행했던 <지구행위 퍼포먼스> 이다.

<지구행위 퍼포먼스>

1991년 경기도 수원을 시작으로 일본, 중국, 독일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세계 곳곳에서 지구 그림이 그려진 대형 풍선을 야외로 끌고 나가 시민들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굴리고 던졌다. 작가는 이를 통해 90년대 초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대두된 환경문제를 알리고 ‘지구를 살리자’라는 생태회복의 메시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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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과정·회화


이승택 작가는 회화 작품을 제작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실험적 시도를 하였다. 단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개념을 넘어, 불을 태우고 남은 ‘그을음’을 이용한 회화나, 물감을 흘러내리게 하여 그린 ‘물그림’은 이러한 작가의 실험적인 행위가 중시된 회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녹의 수난> 1996

<녹의 수난>은 녹색 페인트 만으로 제작되었지만 작품을 불에 태워 생기는 그을음으로 작품 상단 검은색 부분을 완성하였다.

한 가지 색상만을 사용하여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두 가지의 색을 만들어낸 작가의 독특한 작업 방식이 인상 깊었다.

<산정의 바다>

바다를 표현한 회화작품인 <산정의 바다는> 작품의 이름처럼 파도의 이미지를 그린 후, 작가가 작품을 들고 산 정상에 올라가 작품을 완성시켰다.
가장 위쪽인 산의 정상과 가장 아래쪽 바다를 역전시키는 이 작품은 작가의 거꾸로 미학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처럼 이승택의 회화작품은 완성된 그림 그 자체 보다 작품제작 과정과 그에 수반되는 행위가 더 강조된다.

<물그림> 1995 (2020년 재제작)

1995년 <정림건축 해체 이벤트>당시 보여준 퍼포먼스로 완성된 <물그림>은 작가의 행위위주 회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해체될 예정이었던 ‘정림건축 구 사옥건물’ 창틀을 뜯어내고 창에서부터 바닥까지 길게 늘어뜨린 캔버스 위에 물감주머니를 부어 완성한 작품이다.
전시장에서는 당시 퍼포먼스가 담긴 영상을 상영하고 있어 작품의 생동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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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과 비조각의 만남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작가의 ‘비조각, 비미술’의 근간이 되는 말이다.


작가는 대학시절 빠르게 변화하는 서구의 미술사조를 따라가는 것은 결국 ‘아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서구의 미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분야인 ‘비조각’을 탄생시키게 된다.

작가는 서구적인 것과 가장 대조되는 민속적인 것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는데 전통설화에서 착안한 작품을 제작하거나 전통옹기와 같은 민속적인 재료들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민속적인 것들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민속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무속신앙으로 이어졌다.

마치 무속인의 집을 연상케 하는 해당 섹션에서는 무속과 관련된 여러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전통옹기를 쌓아 올린 <상장 오지탑>부터 성황당에 매달린 천 조각을 연상케 하는 <바람> 등의 작품에서도 무속신앙의 영향이 잘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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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회화 사이


1970년대 당시 사진은 ‘기록’ 하는 매체로서의 성격이 강했지만 작가에게 사진은 실험적 예술의 또 다른 매체였다.
작가는 사진 위에 회화적인 요소를 가미하거나 다른 사진을 콜라주 하여 독특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현재는 이미지 합성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손쉽게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작가의 이러한 사진 작업방식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좌) <모래 위에 파도 그림> 1987, (우) <예술가의 별장> 1987-1988

<모래 위에 파도그림>은 작가가 바다에서 진행했던 퍼포먼스를 촬영한 사진에 푸른색과 붉은색을 활용해 그림을 그린 사진-회화 작품이다

1971년 작가의 첫 개인전 당시 대부분의 작품이 사진이었을 만큼 사진-회화 작품을 대거 제작했는데 이는 단순 사진과 회화의 콜라보를 넘어서 작가가 퍼포먼스를 통해 미쳐 보여주지 못한 것을 사진 안에서 실현시키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사실을 보여주는 사진에 가상의 현실인 회화를 결합함으로써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역설적인 작품을 보여주는데 작가가 보여주는 거꾸로 미학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신진 작가들의 전시에서는 새로운 작품들을 통해 미술의 트렌드와 새로운변화, 시도 등을 읽을 수 있지만, 이승택 작가와 같이 연륜 있는 작가들의 전시는 미술을 깊이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올해로 90세를 맞이한 이승택 작가는 최근까지도 ‘배움’에 대해 강조한다. 미술을 하려면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평생 미술에 대해 공부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연구를 거듭한 작가 이승택의 전시는 미술을 보다 넓게 바라보며, 끊임없이 도전했던 그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였다.

이승택-거꾸로, 비미술 上

일평생 세상을 거꾸로 바라본 노장 미술가의 회고전

“세계 미술사에 남을 독자적인 작가”

– 울리히 오브리스트 / 영국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 디렉터

“현대 미술사를 다시 쓸 작가”

– 토비야스 버거 / 홍콩 엠플러스(M+) 미술관 큐레이터

모두 올해로 90세를 맞이한 한국의 전위예술가 이승택을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 전위예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이승택의 회고전이 열린다는 소식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았다.

전위예술(前衛藝術)
흔히 아방가르드(avant-garde)로 불리는 이 분야는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예술의 개념을 추구한다.

이러한 전위예술 작업을 이승택은 국내에 현대미술이라는 개념 자체가 확립되기도 이전인 1950년대부터 꾸준히 이어왔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그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세계는 한국 전위예술의 길을 내었을 뿐 아니라 그의 이름 앞에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게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거꾸로, 비미술’은 세상 모든 것을 거꾸로 바라본 이승택의 특별한 시각으로 만들어진 주요 작품 250여점을 7개의 섹션에 나누어 전시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미술업계가 침체된 시기에 열리는 이승택의 이번 전시는 어려웠던 시기 한국예술을 꽃피운 그의 예술 생애와 닮아 있는 듯하다


1

재료의실험: 조각에 대한 질문


이승택의 전위예술의 시작은 기존 재료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성장 오지탑>

전통옹기를 거꾸로 쌓아 올린 <성장 오지탑>은 기존 1960년대 일반화 되어있던 조각의 재료인 돌, 철, 나무 등에서 벗어나 전통옹기를 조각의 재료로써 활용하였다. 옹기라는 새로운 소재와 3미터까지 쌓아올린 기존에 없던 새로운 설치 방식을 보여준 <성장 오지탑>은 그 자체로 이승택의 예술세계를 대변하고 있다.

원색적인 색감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놀랍게도 1968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지금 보아도 감각적인 이 설치작품인 <무제>는 철로 제작되고 그 위에 원색의 비닐 외피를 씌운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1960년대 산업화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소재인 ‘비닐’을 조각에 활용했다는 점에서 당시 이승택이 얼마나 독창적인 생각을 가진 예술가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작가는 유리 , 연탄, 양철, 각목, 시멘트 등 재료 선택에 한계를 두지 않았으며 기존의 조각 방식에서 벗어나 바닥에 놓거나 천장에 달거나 쌓는 등 설치 방식 또한 자유분방했다.


2

줄-묶기와 해체: 비조각을 향해


이러한 틀에서 벗어난 조각 작품을 작가는 스스로 ‘비조각’으로 명명하고 그 영역을 더 확장해 나갔다.
2번 섹션에서는 작가의 주요한 작업물 중 하나인 ‘묶기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묶기 작업물은 기존 사물에 묶여있는 홈을 미리 파고 그 위에 끈이나 철사를 묶는 방식으로 제작되는데 딱딱한 물체들이 끈 하나로 쉽게 변형되어 부드러운 물체인 것 같다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이를 통해 사물의 본질, 즉 돌과 도자기는 딱딱하다는 사물성 자체를 부정한다.

<매어진 백자>

특히 묶기 작업물의 대표적인 작품인 <매어진 백자>는 이러한 사물성의 변형이 확연히 드러나보이는 작품이었다.

억압과 규제로 대변되는 ‘묶는다’는 행위를 통해 완성된, 기존의 가치에서 벗어난 전혀 새로운 작품. 이러한 아이러니가 이승택 작가의 작품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3

형체 없는 작품


작가는 비물질적인 영역까지도 작품세계로 끌어왔다.
천고가 높은 전시장 위로 늘어진 파란 천들은 이승택 작가의 <바람>이다.

<바람>

이는 단순히 천을 활용한 설치작품이 아닌 비물질적 영역을 작품세계에 끌어온 작가의 대표적인 작업물이다.

작가는 말 그대로 형체가 없는 바람, 불, 연기와 같은 자연현상들도 작품의 소재로 활용했다.

이러한 작업물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바람>연작으로 바람의 이동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천들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시각화하고 천들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바람을 청각화한다.

전시장 외부 국립현대미술관의 사무동과 교육동을 잇는 작가의 작품은 끊임없이 펄럭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기와 입은 대지>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당을 가득 채우고 있는 <기와 입은 대지>는 ‘기와는 지붕에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관념에서 탈피해 기와가 땅에 내려와 있는 모습이다.

기존에 기와가 가져야 할 물질성을 탈피했을 뿐 아니라 대지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형상화한 것으로 작가의 거꾸로 미학과 비물질적인 작품세계가 잘 드러나 있다.

작가는 반대로 형체가 있는 물체들을 형체가 없는 것으로 만드는 작업들도 진행하였다.
형체 없는 작품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을 활용한 작품들은 작가의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무제(하천에 떠내려가는 불타는 화판)>

자신이 그린 회화 작품에 불을 붙이고 그대로 한강에 떠내려 보내는 작업을 통해 바람, 물, 불이 만나 형체가 있던 것이 사라지는 과정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자신의 작품을 미술관으로 보내는 것이 아닌 보잘것 없는 회화로 지칭하고 태워버리는 이러한 행위는 기존 미술에 대한 도전을 상징하며 이는 전위예술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기도 하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 양혜규-O2&H2O

미술관과 자동차기업의 ‘1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는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작가를 선정해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시작된 이 특별한 조합은 6년을 이어오며 문화예술과 기업이 만나 미술계 발전에 이바지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올해 는 독자적인 작업세계로 국내/외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양혜규 작가를 선정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사물의 이중성을 표현한 독특한 작품세계

천장에 닿을듯한 높이의 원통형 설치작품은 양혜규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성>이다.
높이만 16m에 이르는 이 거대한 작품은 독특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는데 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블라인드를 이용해 제작되었다.

작품에 사용된 블라인드는 총 154개로 작품 안쪽의 파란색 블라인드와 바깥쪽 검은색 블라인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내부의 파란색 블라인드는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작품은 회전하며 불규칙적으로 열림과 닫힘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한다. 소재로 사용된 블라인드도 열림과 닫힘이라는 이중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작가는 2차원적인소재를 3차원의 설치작품으로 확장시켜 수많은 변화를 창조해 낸다.

작가는 공존할 수 없는 것들이 서로 만나게 되는 이중적인 영역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때문에 양혜규 작가의 작품은 낯설지만 어딘가 친숙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흥미롭다.

전시장 벽면을 채우고 있는 반짝이는 설치작품은 54개의 문손잡이로 구성된 작품인 <구각형 문열림>이다.
작품의 소재로 사용된 문손잡이는 차단과 개방이라는 이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 각기다른 두 가지 세계가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역할도 하게 된다.

작가는 블라인드나, 문손잡이와 같이 서로 다른 두 공간을 차단하거나 혹은 연결해 주는 소재를 사용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감각적인 설치작품을 보여준다

일상적인 것이 가장 특별한 것

양혜규 작가는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사실 가장 신비롭고 비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작가는 사람과 사물의 일상적인 접점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의 소재로 많이 활용한다.

작가는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출발하여 세상에 없던 특별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4개의 설치작품으로 이루어진 <소리나는 가물>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냄비, 헤어드라이어, 마우스, 다리미 등의 일상적인 형태를 시작으로 그것들을 복제하고 교차하고 결합하는 행위를 통해 전혀 새로운 형태로 재조합한다.

언뜻 보면 동물이나 곤충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들은 관객이 직접 조작이 가능하다. 작품의 손잡이를 돌리면 수백개의 방울들이 떨리며 작품에 생동감을 준다.

양혜규 <소리나는 접이식 건조대-마장마술>

작가는 빨래 건조대를 “접고 펴지는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소재임과 동시에 필요하지 않을 때는 접혀서 사라지는 겸손하고 의미심장한 소재”라고 표현했으며 다양한 작품에 활용해 왔다.

이번 작품은 각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하는 빨래건조대를 기수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동작들을 보여주는 마장마술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작가는 이처럼 방울을 작품에 많이 사용하는데 우리나라의 무속신앙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방울’은 여러 차원을 이어주는 신비로운 소재로 이용되어 왔다.

천장부터 길게 늘어진 방울들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연상케 하는데 작품을 흔들면 동아줄을 타고 방울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전달되며 관객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시선을 바닥에서 하늘로 향하게 만든다.

동아줄은 현실의 시련이나 위기로부터 탈출을 도와주는 매개체임과 동시에 다른 두 세계를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하게 된다

양혜규 <소리나는 동아줄>

현실과 비현실 넘나드는 양혜규 작가의 작품세계를 심층적으로 들여볼 수 있었던 이번 전시는 시각과 청각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체험을 통해 전시의 다채로움을 더했다.

2020 부산 비엔날레 下

항구를 바라보는 8개의 시선

커다란 배가 정박해있는 항구를 따라 늘어선 공장들 사이, 부산비엔날레의 또 다른 스팟인 영도전시장이 위치해 있다.

영도전시장은 항구에 있는 폐공장을 활용해 전시장을 조성하였으며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항구를 배경으로 역사와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김언수 작가의 <물개여관>이라는 소설로부터 출발하였다.

별도의 리모델링 없이 폐공장을 있는 그대로 활용한 전시 구성, 전시장 밖으로 보이는 항구의 소리와 정돈되지 않은 분위기들이 이야기와 결합되어 전시에 몰입감을 주었다.

영도 전시의 흥미로운 부분은 같은 소설에서 출발했지만, 전시에 참여한 8명의 작가가 표현하는 방식과 생각이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권용주 작가는 항구의 가치가 없어 보이는 부산물들에 집중한 반면, 싱가포르 작가인 찰스 림 이용(Charles LIM Yi Yong)은 국가와 국가를 잇는 항로의 시작점으로 항구를 바라보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사건과 삶의 양상에 대해 표현했으며, 바다에 버려진 쓰레기, 항구의 역사에 대해 표현한 작가도 있었다.

이처럼 다른 시각과 생각은 완전히 다른 결과물들을 만들어 냈지만, 항구와 폐공장 그리고 부산이라는 큰 주제 아래 작품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가장 흥미롭게 관람했던 작품은 싱가포르 시각예술가인 로버트 자오 런휘(Robert ZHAO Renhui)의 <보이지 않는 증거들, Ⅱ>이다.

로버트 자오 런휘(Robert ZHAO Renhui) <보이지 않는 증거들, Ⅱ>

로버트 자오 런휘 작가는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지점과 변화하는 과정을 사진과 영상작품을 통해 표현하는 작가이다.
작가의 작품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현장에서 도시와 자연이 만나는 지점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현장답사’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답사가 어려워진 작가는 ‘구글 어스’라는 글로벌 지도 프로그램을 통해 영도를 간접적으로 탐사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를 통해 영도 전시장 뒤편 폐건물 속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를 발견한 작가는 현지 코디네이터의 도움을 받아 나무에 몇 주간 관찰카메라를 설치해 작품을 완성시켰다.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졌던 작가의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며, 코로나 이후의 전시와 작품 활동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탐정이 되어 떠나는 부산비엔날레

“부산 시각예술의 자취를 따라 탐정처럼 걸어보기를 제안한다”

2020 부산비엔날레 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

원도심 일대의 전시는 다른 스팟과는 다르게 작은 전시들이 여기저기 산재되어 있어 전시장을 찾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부산이란 도시의 역사, 거리, 건물을 기록한 음악과 시각예술의 자취를 따라 관객들이 탐정처럼 걸어보기를 제안한다”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감독의 말처럼 비엔날레를 관람하기 위해 한 손에 부산비엔날레에서 제공한 <예술탐험가의 지도>를 들고 부산 원도심 이곳저곳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부산에 대해 발견하고 탐구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40계단 인근에 위치한 또따또가 갤러리에서는 조금 독특한 전시를 구성하였다.
1948년생인 한국의 노원희 작가와 1992년생인 아프가니스탄의 아지즈 하자라의 작품을 한공간에 전시한 것이다.

노원희 <무기를 들고>

정치적인 문제들과 권력관계에 대한 내용을 회화로 표현하는 노원희 작가의 작품과, 전쟁의 참상을 비디오로 표현한 아지즈 하자라(Aziz HAZARA)의 작품은 44년이라는 시간차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 국적을 초월해 권력남용으로 인한 상처와 아픔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또 다른 전시관인 ‘스페이스 닻’에는 연못을 주제로 한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감상하는것도 잠시, 작품의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폭탄 연못>

캄보디아 출신의 작가인 반디 라타나(VANDY Rattana)는 베트남 전쟁시 폭격으로 인해 생긴 연못이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하였다.
사진들 뒤로 시선을 돌리면 폭격에 휘말렸던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가 상영되고 있었다. 아름다운 사진을 통해 폭력적인 역사에 대해 서술하는 캄보디아 작가의 전시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전시는 중앙역 인근 40계단부터 시작해 남포역 인근 미문화원까지 이어졌다.
한국전쟁 당시 피난 살이의 애환을 상징하는 40계단, 근현대의 역사와 식민지 과거사를 나타내는 구 한국은행, 미문화원 등 감독은 부산의 상징적이며 역사적인 장소 주위에 전시장들을 배치함으로써 전시를 통해 관객들을 부산에 보다 깊게 스며들도록 하였다.

2020부산 비엔날레 관람을 놓친 분들이라면!

<2020 부산 비엔날레>는 11월 8일까지 진행되었으며, 65일간의 대장정을 끝맺음 하였다. 문화예술계의 과도기 속에서 진행되었던 부산비엔날레는 이후 진행될 타 비엔날레 뿐 아니라 국내 전시에도 분명 큰 자극을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현재 부산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는 전시가 종료된 후에도 온라인 전시를 지원하고 있다.
3D웹전시를 통해 실감 나게 전시를 관람하실 수 있으며, 비디오/오디오 가이드도 지원하고 있으니 전시 기간 내 방문하지 못한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관람해 보실 것을 권한다.

http://www.busanbiennale.org/

2020 부산 비엔날레 上

부산현대미술관 비엔날레로의 초대

부산 현대미술관 전시장 입구에는 배지민 작가의 <광안대교>, <덕천 534번지>가 전시되어 있다 18m에 이르는 대형 수묵화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감독은 부산 출신 작가의 작품이자, 부산의 상징과도 같은 광안대교를 표현한 작품을 입구에 배치함으로써 부산의 정체성을 알리고 비엔날레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1층 전시장에서는 마크 본 슐레의 <분홍빛 부산>이라는 소설을 바탕으로 전시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분홍빛 부산>은 로맨스 소설을 연상케 하는 작품의 제목과 달리 부산을 방문한 뒤 실종된 아일랜드의 공상과학 작가를 찾는 과정을 그린 추리소설로 미스터리하고 스릴 있는 분위기를 담고 있다.

전시장 내부 거대한 집을 형상화한 목조 설치작품은 이탈리아의 모니카 본비치니(Monica BONVICINI)의 <벽이 계속 움직이면서>라는 작품으로, 전형적인 이탈리아 주거공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주로 건축, 권력, 젠더, 공간, 감시와 통제 간의 관계에 대해 장르를 가리지 않고 표현하는 모니카 본비치니는 미완성된 구조물을 통해 권력구조의 허술함을 지적하고 있다.

작품의 속에 들어가 작품 이곳저곳을 관람하는 것은 <분홍빛 부산>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실종자의 집을 수색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전시의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전시장 한편에 마련된 공간, 마치 유물이나 귀중품의 전시를 위해 제작된 듯한 깔끔한 전시대가 눈에 들어왔다.
전시대 안의 물건들은 길에 버려져 있어도 그냥 지나칠 법한 쓰레기들이지만 하나하나 이름과 설명까지 붙어있다.
덴마크 출신 라세 크로크 묄레르(Lasse Krogh MØLLER) 작가의 작품 활동은 조금 독특하다. 작가는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물건들을 아카이브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과도한 소비주의에 대해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비평한다

작가는 작품 제작 시 전시가 진행될 장소의 거리를 직접 거닐며 물품들을 수집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부산에 방문하지 못했던 작가는 대신 눈과 귀가 되어줄 현지 팀원들과 소통하며 간접적으로 부산을 체험하고 물품들을 수집했다.

코로나로 인한 전례 없는 상황이 20년 동안이나 고수해온 작가의 작품 활동 방식을 바꾼 것이다.

독특한 설정과 재미있는 작품들

덴마크의 아말리에 스미스(Amaile SMITH)가 집필한 <전기(電氣)가 말하다>를 바탕으로 구성된 전시공간에서는 다양한 연출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전기가 말하다>는 전기를 의인화한 이야기로 부산 전체를 움직이는 ‘전기’와 그녀의 아버지인 ‘태양광’의 대화를 그린 연극 대본이다.

배경이 된 문학의 독특한 설정만큼이나 시각예술가들의 작품들도 VR, 미디어아트, 잔상효과를 이용한 작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출되었다.

안젤리카 메시티 <허공과 지하를 넘나들며>

주로 인물들을 대상으로 비언어적, 퍼포먼스를 영상에 담는 호주의 안젤리카 메시티(Angelica MESITI)는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인물’이 아닌 ‘식물’을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허공과 지하를 넘나들며>라는 제목의 이번 작품은 식물이 자라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자외선 촬영기법으로 촬영해 신비로운 영상작품으로 표현했다. 꽃이 피어나는 과정은 마치 희망과 회복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듯하였다.

까마유 앙로 <2015년 10월의 별자리>

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 작품 중 가장 독특한 방식의 작품을 꼽으라면 까마유 앙로(Camille HENROT)의 <2015년 10월의 별자리>일 것이다.
회전운동을 통해 보이는 잔상효과를 이용한 이 설치작품은 오늘날 인간의 현실을 대변하며, 작품 안에서 인간은 담배>운동>술>약물 네 가지를 끊임없이 반복한다.

주로 어머니와 아이의 관계를 통해 인간의 의존성에 대해 표현해왔던 작가는 이번 신작 제작 당시 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기간이었다.
작가는 집에서의 격리 기간 중 더 이상 안전한 곳은 없다는 것과 인간 육체에 대한 연약함을 느꼈으며, 이러한 작가의 경험이 이번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리우 와(LIU Wa) 작가의 은 바이러스로 인해 폐쇄된 중국 우한시에서 출발해 뉴욕 북동쪽에 위치한 가상의 공간인 ‘하트섬’으로 향하는 여정을 그린 VR 체험형 작품이다. 관객들은 현실과 같으면서 어딘가 비현실적인 공간들을 탐험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를 통해 인터넷에 창궐한 공공 감시와 음모론에 대해 이야기한다.


‘2020 부산비엔날레’의 11개의 이야기 중 7개의 이야기가 있는 부산현대미술관의 전시는 한정된 공간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해서인지, 다소 산만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관객들로 하여금 영도와 원도심에 전시된 나머지 4개의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2020 부산 비엔날레 Intro

시끄러운 시기에 개최된 조용한 비엔날레

올해는 부산 비엔날레가 10회를 맞이하는 기념비적인 해이지만 코로나 19의 여파로 인해 부산 비엔날레는 개최이래 가장 조용한 비엔날레를 치러야만 했다.
2000년 제1회 개최 이후 20년째 개최되고 있는 부산 비엔날레는 부대행사와 퍼포먼스 행사 취소, 더불어 개막식마저 온라인으로 진행하였다.

올해 개최 예정되어 있었던 ‘광주 비엔날레’와 ‘서울미 디어시티 비엔날레’ 등 많은 전시들이 내년으로 연기했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부산 비엔날레 측은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과 예술 향유의 기회를 빼앗긴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판단,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했다.

대부분의 해외 예술가들이 입국하지 못한 채 작품 제작이 진행되어야 했기 때문에 현지 코디네이터와 작가가 서로 메일과 화상 통화 등의 언택트 방식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였다. 2020부산비엔날레는 비대면으로 국제 전시를 준비한 국내 첫 사례로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전시

2020부산비엔날레는 <열 장의 이야기와 다섯 편의 시>를 주제로 34개국 총 90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부산 현대미술관, 영도, 원도심 일대 3곳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전시의 독특한 점은 89명의 시각예술가의 작품이 10명의 소설가와 1명의 시인이 집필한 문학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이다.
문학가들은 사전에 부산을 직접 방문하고 부산의 공간과 역사를 통해 영감받은 문학작품을 로맨스, 추리, 시 등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집필했으며, 이 문학들을 바탕으로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였다.

일반적인 전시의 경우 시각예술가들의 작품을 글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 전시는 그 생각을 뒤집은 새로운 방식의 전시였다.

각 전시관마다 문학에서 발췌한 ‘이야기’가 제시되어 있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각예술가 각자의 다양한 시선으로 형상화된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 이였다.

이처럼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는 전시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재미를 주는 반면, 문학과 시각예술의 연결성이 다소 약하며, 전체적인 전시의 주제가 분산되어, 부산 비엔날레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소규모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언택트 시대의 전시, 관람객과의 거리두기

부산현대미술관은 QR 체크인, 체온 체크 등 기본적인 방역지침을 준수함은 물론 입장 게이트를 한곳으로 줄이고 티켓 발매처와 기념품 판매 데스크를 외부로 배치하는 등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국내에서는 이례적으로 시행된 ‘온라인 개막식’ 이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2020 부산 비엔날레 개막식은 전시 소개와, 작가 인터뷰, 감독의 도슨트 투어와 축하공연까지, 오프라인 개막식 못 지 않은 구성으로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또한 전시감독인 야콥 파브리시우스(Jacob Fabricius)가 직접 부산 현대미술관, 영도, 원도심 일대를 돌며 촬영한 도슨트 투어 영상인 <명탕점 야콥. 051>과 작품마다 붙어있는 QR코드 오디오 가이드는 도슨트의 부재에서 오는 관람객들의 불편함을 어느정도 해소시켜 주었다.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전시는 ‘3D웹 뷰어’기술이 적용되어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만으로 전시장 구석구석을 살펴볼 수 있으며, 실제 전시장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오프라인 전시의 영역을 온라인이 어디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 관람객과의 거리두기는 어디까지 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전시였다.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국립현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 전시는 미술에 대해 다시 공부하고 싶다거나 우리나라 미술사의 기초부터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전시가 될 것 같아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를 방문하기로 한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우리나라 유명 대표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라서 기대감이 컸고, 그 중에서도 “등록문화제”로 지정된 작품 3점도 출품되어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은 기회였다.

전시목표

국립 현대미술관은 1969년 설립이래 한국 미술사 정립을 위해 약 9,000점의 작품을 수집 · 소장해 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개관한 이래 첫 상설 전시로, 근대 시기부터 현재까지 시기와 특성별로 50여명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20세기 한국 근 현대 미술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러한 한국의 대표작품들을 통해 국내· 외 관”람객들이 보다 많은 한국 미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소장품 하이라이트 전은, 서울에 들르면 꼭 감상해야 할 한국의 대표 미술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고자 기획한 전시라고 한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외국인 관람객들은 많지 않았다. 대신에 국내의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높아 ‘사전예약’과 ‘현장예약’이 조기에 마감될 정도였다. 또한 2019년 발간된 이후 미술부문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국립현대 미술관 소장품 300선”과 출판 예정인 “한국 근현대미술사 개론”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고 하니, 국립현대 미술관이 갖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대중들의 호응에 맞춰 고심 끝에 전시를 기획했음을 알 수 있었다.

기획주제

이번전시는 1부: 개항에서 해방까지, 2부: 분단시대의 서막, 3부: 국제 미술을 향해, 4부: 민주화와 동시대 글로벌리즘 총 4개의 섹션으로 전시되고 있다.
근대시기부터 현재까지 대표적인 작품들로, 서정적 측면을 강조하고 표현주의적 추상예술로 나타나는 엥포르멜 회화, 조각, 단색화, 실험미술, 민중미술, 국제적으로 활동이 활발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그럼 1부에서 4부로 구성된 시기별 주제와 대표작품들을 통해 전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 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 한다.

▷ 1부: 개항에서 해방까지

전시장을 들어서면서 가장 처음으로 맞이하는 공간은 “근대시기”였다. “유화”라는 새로운 매체를 일본을 통해 경험하게 되며 전통적인 매체와 서구적인 매체가 공존하는 시기로, 유화를 이용한 작품들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 동안 변화와 함께 새로운 미술동향이 생겨나고, 향토색과 모더니즘 등 시각문화가 발달한 시기를 다루었는데, 고희동의 <자화상>, 오지호의<남향집> 김환기의<론도> 등이 이시기에 속한다. 몇 가지 작품들의 특징 및 주제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고희동 <자화상>

고희동은 우리나라 첫 서양화가로 일본 유학 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서양화를 도입하였다. 저 당시에 가슴을 풀어헤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매우 파격적이었다고 한다.


김종태 <노란저고리>

김종태는 미술에 재능이 있어, 1926년에 조선미술 전람회에 입선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27~1930년까지 특선을 하며, 조선미술전람회에 이른 나이로 초대를 받았다. 김종태는 술을 좋아하고 호탕한 성격으로 이러한 성격은 시원하게 그려 나가는 그림의 화풍에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리고 한자를 사용한 년도와 세로로 서명을 하는 방식은, 동양적인 특성과 서양적인 방식이 병행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평양에서 개인전을 하는 도중에 29세의 나이로 요절을 하였다. 그래서 작품이 몇 개 남아 있질 않고, 국내에는 4점이 남아있고 현재 2점이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김환기 <론도>

김환기는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현대 미술단체 “신사실파”를 구성하여 모더니즘 운동을 전개하였다. 음악을 즐겨 듣던 김환기가 론도 음악의 선율과 리듬을 회화로 표현하였다. 이 작품은 입체적이며, 단순화된 형태, 화려한 색감, 자유분방한 선을 드러낸다. <론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추상작품으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함께할 수 없는 가족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반려인들은 흔히 반려동물을 ‘가족’이라 부르며 가정에서 늘 함께하며 가족과 같은 사랑과 관심을 줍니다. 하지만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 우리는 이 사랑스러운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모두를 위한 전시, 개를 위한 전시>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너무나도 인간중심적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개 중심적인 전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철저하게 개의 시선에 맞춰진 이번 전시를 통해, 현대사회의 반려의 의미, 미술관의 공공성의 범위, 공적공간에 대한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합니다.

반려동물과 소통하는 따뜻한 전시

이번 전시는 입구부터 철저하게 개 중심적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적녹색맹인 개가 볼 수 없는 적색과 녹색은 걷어내고 대신 파란색과 노란색으로 전시장을 꾸몄으며, 미디어 아트를 시청할 수 있는 의자조차도 개를 위해 낮게 제작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은 낮은 의자에 쭈그려 앉아 전시를 관람하는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되지만, 이는 철저하게 인간을 위해 설계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개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려는 작가의 의도입니다.

김경재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

내부에 입장하면 보이는 김경재 작가의 <가까운 미래, 남의 거실 이용방법>은 개를 위한 놀이기구처럼 보이지만 거실에 놓여있는 소파를 경사가 있는 조형물로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강아지는 이 조형물을 오르며 주인과 소통하고, 조형물의 꼭대기에 다다르면 인간과 같은 높이의 시선에서 전시장을 바라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있습니다. 인간에게 편리하게 구성된 일방적인 공간인 ‘거실’에서 반려동물들은 높은 단차의 소파와 바닥을 뛰어다니며 건강의 이상을 겪곤 하는데요.
작가는 이러한 일방적인 공간구성에서 벗어나 가까운 미래 재해석된 거실의 형상화를 통해 개와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번 전시는 개의 지각과 인식, 습성과 감정에 대한 정확한 전시기획을 위해 수의사들이 참여했으며, 개를 위한 편안한 공간구성을 위해 건축가와 조경가도 참여했습니다. 이처럼 소품 하나하나에도 개를 위한 배려들이 스며들어 따뜻하고 재미 있는 전시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것 타자(他者)

“타자 (他者)

[명사] 자기 외의 사람. 또는 다른 것.

타자란 나 이외의 사람을 뜻하는 타인(他人)에서 한층 확장된 개념으로 인간에 국한되지 않고 나 외의 모든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인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타자의 영역에 집중합니다. 전시의 주제인 개는 타자를 대변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느 닐센 & 비르기트 욘센 <보이지 않는 산책>

한느 닐센 & 비르기트 욘센의 <보이지 않는 산책>은 비디오설치 작품으로 두 개의 모니터를 통해, 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시점에서 공원을 산책하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두 대의 다른 카메라는 장애인의 몸과 안내견의 머리에 고정되어 그들의 시점에서 영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상이란 매체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산책과정을 간접적으로 바라보지만, 관객은 두 영상의 결합, 주변의 소리 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 여성이 직접 경험한 현실에 대한 이해와 해석등을 바탕으로 보이지 않는 산책을 경험하게 됩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미술관에 오기 힘든 또 다른 타자인 ‘장애인’의 시점에서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은 전시기획부터 설치까지 타자를 위한 노력이 돋보였는데요.
기존 공간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활용해 목공공사를 최소화 하고 페인트칠을 줄이는 등 현대미술의 실천이 생태와 환경에 최소한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타이틀에서 말하고 있는 모두를 위한 미술관의 ‘모두’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장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미술관에 오기 힘든 장애인, 반려동물을 넘어 환경까지 생각하는 이번 전시는 평소 타자들에 대한 태도에 대해 스스로 답문 하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시관람을 원한다면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은 코로나 19 확산방지를 위해 총 4회 걸쳐 사전예약 운영중 입니다.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 후 방문하는 것을 권장해드리며, 사전예약이 어려우신 분들은 현장 접수를 통해서도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아래이미지의 현장접수 시간표를 참고해 주시기 바라며, 주말에는 관람객이 집중되는 관계로 현장접수가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방문 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티켓을 발권 후 입장하면 전시실 1~4에서 진행중인 아래 3개의 전시를 모두 관람 하실 수 있습니다.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
낯선 전쟁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회차 당 관람시간은 100분으로 4개의 전시를 모두 관람하기에는 다소 빠듯한 시간이었습니다.시간적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평일에 방문하셔서 2회차 접수 후 천천히 관람하시관람하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